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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래의 나에게 질문을 예약해두기

#276 최환진 11분 읽기

미묘한 메모의 묘미는 뭘까요?
— 버리지 않고 쌓인 기록이 어느 날 빛을 발하는 순간

『미묘한 메모의 묘미』라는 책을 읽었는데요. 메모하는 법에 대한 관심도 많지만, 'ㅁㅁ'으로 라임을 맞춘 제목이 신선하고 재미있어 바로 선택했어요. 내용도 좋고 읽는 내내 메모에 대해 여러모로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. 저자는 본업이 소설가지만 스스로를 "종이에 낙서하는 전문가", "메모 장인"이라고 소개합니다. 25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노트 수백 권을 채워온 사람의 이야기라니, 메모 좋아하는 입장에서 저자의 메모 방식과 노하우를 알 수 있어 좋았어요.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.

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어요. 1부는 다양한 메모 방식, 2부는 도구와 앱 이야기, 3부는 저자의 10가지 메모 노하우, 4부와 5부는 메모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활용에 대해 다룹니다. 저는 3부에 가장 관심이 갔는데, 실제로 따라 해보고 싶은 게 많았어요. 다른 사람이 어떻게 메모하는지 살펴보는 일은 재밌습니다. 나만의 방식도 있지만, 사람마다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메모장에 기록하는 방식이 달라 새롭게 배울 점들도 많은 것 같아요. 책을 읽으면서 유익했고 도움되었던 점들을 몇가지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.

버리지 마세요, 메모는 다시 돌아옵니다

책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.

“당신의 메모를 버리지 마세요.

다른 건 다 버려도 좋은데, 메모는 버리지 마세요.

그 안에 뭐가 있을지 모릅니다."

이 문장을 읽다 보니, 한참 묵혀둔 옛 노트들이 떠올랐습니다. 서랍 속이나 책장 구석에서 몇 권을 꺼내 천천히 넘겨봤습니다. 어떤 페이지는 글씨도 잘 보이지 않아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고, 어떤 페이지는 왜 메모했는지가 단번에 떠오를 만큼 또렷했습니다. 흥미로웠던 건, 한참 전에 적어둔 아이디어가 지금 하는 일에도 그대로 쓸 만하다는 점이었어요. 왜 적어놨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데,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. 그때의 맥락은 사라졌는데 생각만 남아서, 지금의 저에게 새롭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어요. 꾸준히 쌓아두면 언젠가 빛을 발한다는 것을, 그 낡은 페이지들의 메모들이 기록들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.

책에서 소개한 저자의 독서법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는데요. 저자는 앞부분이 이해되지 않아도 일단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, 어느 순간 앞 내용이 풀린다고 합니다. 저도 그런 경험이 많습니다. 중간에 멈춰 돌아가지 않고, 일단 끝까지 읽어 내려가는 편인데요. 그러다 보면 앞에서 흐릿하게 지나쳤던 내용들이 어느 순간 툭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. 메모도 마찬가지 아닐까요. 지금은 그 의미가 흐릿해도, 꾸준히 쌓아온 기록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음의 기회와 새로운 방향을 만나게해주는 것 같아요.

작은 수첩, 감정 카드,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질문

책을 읽으면서 가장 관심이 컸던 3부의 열 가지 메모법 중에서, 셋이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. 첫 번째는 메모장 선택에 관한 내용으로 "포켓 사이즈의 작은 수첩"에 대한 이야기였어요. 저 역시 외부 미팅이 있을 때 A6 사이즈 수첩에 볼펜 한 자루를 챙겨 나가곤 합니다. 노트북을 켜는 것보다 빠르고, 상대방도 덜 불편해합니다. 미팅 중에는 키워드만 빠르게 적어두고, 회의가 끝나고 나면 사진으로 찍어 회의록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활용합니다. 저자는 줄 없는 수첩을 추천하던데, 저는 업무용으로는 줄이 있는 쪽이 더 잘 맞습니다. 정리할 게 많을 때 줄 하나가 생각을 가지런히 잡아주거든요.

두 번째는 "감정 카드"입니다. 그날의 감정을 키워드 한두 개로 작은 카드에 적어두는 방식인데요. 저자는 영어 단어장 같은 색인 카드를 활용한다고 합니다. 일기까지 쓰지 않아도, 카드 한 장에 날짜와 단어 몇 개, 그때의 느낌만 남기면 됩니다. 큰 노트를 펼치면 왠지 잘 써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는데, 카드는 그런 게 없어 좋을 것 같아요. 저도 영어 단어장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로 하나 사서 시도해볼까 합니다. 거창한 자기성찰이 아니어도 매일의 느낌과 감정을 단어 몇 개로 부담 없이 적어두는 것, 그것만으로도 하루를 가볍게 내려놓는 데 충분할 것 같아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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